기고문/특집

고양시, 도시재생 속도 내며 도심 곳곳 새바람

산경일보 2021. 3. 9. 15:21

▲ 이재준 고양시장.

“우리 마을은 골목이 많아서 소방차가 못 들어오잖아요. 소화기를 구석구석 놓는 건 어떨까요?” / “그럼 평범한 소화기 대신, 우리 세솔마을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그려진 소화기가 좋을 것 같아요”

 

고양시 덕양구의 삼송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회의실에 모인 주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다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 보이는 소화기 사업’이야기를 시작했다. 동네 특성 상 골목이 많아 소방차가 들어오기 어려우니 곳곳에 소화기를 비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 소화기에 마을 디자인을 입히자는 아이디어가 더해지며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도시재생이란 낯선 용어에 갸우뚱하던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 머리를 맞대자 마을이 달라지고 있다.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개발 대신 마을의 역사와 정서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작은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고양시는 2017년 12월, 덕양구의 원당·화전을 시작으로 2018년 덕양구 삼송·일산서구 일산, 2019년 덕양구 능곡 지역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됐다. 2019년 12월에는 덕양구 성사지역이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로 선정되며, 총 6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백마화사랑·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등 고양시의 숨은 공간을 발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1기 신도시의 안전을 위해 노후화된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도시는 낡고 고치고 다시 짓는 과정을 반복하는 생명체”며 “획일적으로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 도시에 담겨있는 고유의 삶과 가치를 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마을을 매력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마을의 역사를 연장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도시재생이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고양시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화전 드론센터, 일산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가시화… 5개 지역 핵심 사업 본격화 

 

▲ 토당문화플랫폼(능곡1904) 전경.

고양시는 덕양구의 원당·화전·삼송·능곡 등 4곳과 일산서구의 일산 1곳 등 총 5곳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으로 화전지역의 ‘화전 드론앵커센터’, 일산지역의 ‘일산 복합커뮤니티센터’, 능곡지역의 ‘토당문화플랫폼’등을 꼽을 수 있다.

 

‘화전 드론앵커센터’는 덕양구의 경의중앙선 화전역 인근에 4775㎡ 부지에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다. 총 140억원이 투입돼 실내비행체험장, 드론 기업·연구개발 공간으로 꾸며지며 다음 달 착공해 내년 9월 준공 예정이다. 고양시의 드론산업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산 복합커뮤니티센터’는 526억원의 예산을 투입, 일산서구의 경의중앙선 일산역 앞에 연면적 2만1000㎡에 지하2층 지상13층 규모로 건립된다. 일산서구보건소, 공동육아나눔터, 창업 공간 등 행정·복지 기능이 집약된 복합 건축물과 행복주택 132세대가 입주하는 아파트로 구성된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으로는 드물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해 행복주택의 건립과 운영관리를 맡는다. 올해 말 착공해 2023년 3월 준공 예정이다.

 

2019년 가장 늦게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한 덕양구 능곡지역은 구(舊)능곡역사를 리모델링한 ‘토당문화플랫폼’이 지난해 10월 준공하면서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토당문화플랫폼은 이달 말 개관하며 카페·전시장·주민 교육장·공유주방 등으로 꾸며져 능곡 주민들의 새로운 문화예술 복합공간이 될 예정이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토당문화플랫폼의 3개 공간에 ‘능곡1904, 공감1904, 키친1904’라는 이름을 직접 짓는 등 높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이 밖에도 덕양구 삼송의 ‘마을 집수리 지원’, 능곡의 ‘능곡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등이 주민의 호응이 높다.

 

덕양구 삼송동 268-1번지 지역은 2007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 개발보다 보존에 무게를 두는 자연취락지구로 노후 건축물이 많다. 시는 마을 특성에 맞게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주택을 대상으로 지붕·창호·담장 등의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2019년 4호, 2020년 8호의 수리를 완료했으며 2021년 18호 등 2022년까지 총 40호 주택 수리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직접 도배, 가구리폼 등 간단한 집수리를 할 수 있도록 집수리 아카데미도 진행하고 있다. 40년의 세월을 견디며 깨진 기와 사이로 비가 새던 집들이 새로운 지붕으로 갈아입으며 마을 풍경을 바꾸고 있다.

 

50년 역사를 가진 능곡전통시장 활성화도 추진 중이다. 능곡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점포 수리, 먹거리 개발, 능곡시장 브랜드 개발을 통해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온 70여개 점포 살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덕양구 주교동에 지난해 4월 준공한 ‘배다리 행복나눔터’는 마을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다. 11억원의 예산을 투입, 노후 상가를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특히 건물 1층을 기존 상인들에게 재 임대,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Gentrification) 현상을 방지하며 지역 주민과 상생을 보여줬다.

 


◆ 더 빠르고 강력한 도시재생… ‘고양 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 올해 6월 착공 목표 

 

덕양구 성사동 394번지 일원에는‘고양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가 조성된다. 총 사업비 2,915억원이 투입되며 올해 6월 착공, 2024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연면적 9만9836㎡에 지상 25층 규모로 조성되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동주택, 행정복지센터와 교통정보센터 등 공공기관, 공영주차장, 기업 입주공간, 건강증진센터를 포함한 생활SOC 등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다.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하고 최상층 스카이라운지 조성과 LED 전광판 설치를 통해 고양시 랜드마크임을 부각할 예정이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공공이 주도, 대규모 투자로 도시기반시설을 새롭게 조성하는 대형 도시재생 사업이다. 특히 인허가 과정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폐율·용적률도 최대한 완화하는 등 특례로 신속하고 강력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고양 성사혁신지구는 2019년 12월, 서울 용산등과 함께 국가시범지구 제1호 사업으로 지정된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시는 고양 성사혁신지구 조성이 완료되면 지역 주민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고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로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등 구도심으로 침체된 성사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백마화사랑·아쿠아 스튜디오·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등 공간의 재탄생
 

▲ 백마 화사랑.

사람들의 삶과 행위는 도시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개발로 많은 것이 지워지는 요즘, 고양시는 옛 공간이 가진 가치를 재발견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80년대 청년들의 진한 추억이 담긴 일산동구 백마역의 청년주점‘백마 화사랑’이 대표적이다. 고양시는 40여년 역사를 가진 건축물을 지난해 매입하고 턴테이블, 낡은 풍금, 방명록 등 수 십년 전의 소품과 흔적 그대로 리모델링했다. 시는 올해 1980년대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그 시대 감성을 시민과 공유할 계획이다.

 

일산동구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도 평화·인권·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기념관으로 재탄생한다. 사저는 1996년부터 대통령 취임 직전인 1998년까지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이희호 여사가 2년 넘게 거주하던 곳이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사용했던 침실, 응접실, 책상 등 가구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오는 6월 개관할 예정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반지하 집의 실감나는 홍수 장면은 덕양구에 위치한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방치된 폐정수장이 리모델링을 거쳐 특수촬영이 가능한 수조형 스튜디오로 탈바꿈했다. 2011년에 운영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기생충, 명량, 해운대 등 156개 작품이 촬영됐다.

 

1기 신도시가 생긴 지 30년, 고양시는 노후주택 안전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양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조례를 제정해 법적 지원근거를 마련했고 10년 간 총 100억원을 목표로 리모델링 기금 적립을 추진 중이다. 총 553개 단지의 노후 승강기 중 2019년부터 최근까지 22개 단지를 교체했으며 매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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