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독자기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골목대장

산경일보 2019. 9. 18. 14:32


▲ 임두홍 안성경찰서 양성파출소 순경.


어느덧 조석(朝夕)으로 제법 쌀쌀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순찰을 돌다가 마을 어귀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금은 아련하지만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던 동무들이 생각난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곤 했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남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대장노릇을 했던 우리 동네 골목대장이 떠오른다.


1998년 당시 제가 살았던 전라북도 전주의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도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싸움이면 싸움 못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만능이면서 학교에서도 유명한 골목대장 친구가 옆집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우리들의 우상이었던 골목대장은 친구들과 재밌게 놀다가도 어느 때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친구들을 때리기도 하고, 따돌림도 시키곤 했었다. 


그러던 중 옆 학교에서 유명한 또 다른 골목대장 출신이 우리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됐고, 한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살 수 없듯이 두 골목대장은 서로 속칭 ‘일짱’이 되기 위해서 다투기 시작했다.


수시로 말다툼과 주먹싸움을 하던 골목대장들은 승부가 나지 않자 평소 괴롭혔던 친구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학교 앞에서 팔던 ‘쫀득이’나 ‘쭈쭈바’를 사주기도 하고 집에 데려가서 그 시절에는 귀했던 미니카나 레고로 같이 놀아주면서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골목대장과 친구들 관계가 서로 위해주고 보듬어주는 진정한 동무사이로 거듭나게 되어 지금까지도 ‘절친’으로 지내오고 있다.


며칠 전 그 때의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 던 중 현 정부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 애기가 우연히 나오자 한 친구가 “지금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그 시절 우리들의 골목대장들과 비슷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세상 모든 것이 견제와 균형 및 분권과 자율원리에 따라야지 어느 한 사람이, 어느 한 기관이 무소불위의 독점적 권력을 휘두른다면 그 사회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은 미래의 희망과 행복을 잃어버린 채 병들어 가게 된다.   


‘역사를 빌려 미래의 지혜를 빚어낸다’는 말처럼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문제 해결과 더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과거 유럽에서 프랑스 루이 14세가 ‘짐은 곧 국가다’라는 말로 왕권신수설을 강조했지만, 국민에겐 그 짐(朕)이 짐이 되어 절대왕정국가가 무너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