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과 부천필이 완성시키는 ‘고별의 삼부작’”
경기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3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262회 정기연주회 ‘박영민의 말러, 대지의 노래’를 공연한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박영민의 말러’ 시리즈는 상임지휘자 박영민의 섬세하고 통찰력 있는 지휘를 통해 매년 고품격의 감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천필의 특별 프로젝트다.
이번 연주회에서 박영민과 부천필은 말러의 교향곡 중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대지의 노래’를 연주한다.
부천필은 지난해 ‘박영민의 말러 제9번’을 통해 말러 교향곡 9번을 선보이며 연주회 실황을 음반으로 발매했다.
그리고 이번의 두 프로그램을 잇달아 연주하며 말러의 ‘고별의 3부작’을 완성시키게 됐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아이를 잃은 뒤 부모의 비통한 심정을 표현한 교향곡으로, 악장마다 가사가 있어 흡사 가곡과 같은 양상을 띤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만 해도 말러는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장녀를 열병으로 떠나보내게 된다.
이에 말러의 죄책감은 상당했으며, 곧 자신도 심장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아 상실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말러가 이 시기에 작곡한 곡이 ‘대지의 노래’다.
‘대지의 노래’는 순서로 따지면 9번을 달았어야 했지만, 숱한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한 뒤 죽음에 이르자 말러는 이를 두려워하여 번호를 붙이지 않았다.
이태백, 맹호연, 왕유 등 중국 문호들의 시를 노랫말로 삼은 것에서는, 속세에 미련을 버리고 삶과 죽음에 초연해지고자 하는 말러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부천필 정기연주회는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과 테너 김재형이 협연한다.
이아경은 한국인 최초로 제34회 벨리니 국제 콩쿨에서 단독 1위로 우승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고, 아이다, 돈 카를로, 일 트로바토레, 리골레토, 피가로의 결혼, 나비부인 등의 오페라 주역을 맡아 세계 유수의 홀에서 투어 연주를 가졌다.
본래 메조 소프라노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성악가 헤르민 하셀보크(Hermine Haselböck)가 캐스팅 되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출연이 무산됐다.
테너 김재형은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콩쿠르 성악부문에서 1위 없는 2위와 특별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것을 시작으로 유럽 무대에서 앞다투어 ‘모셔가는’ 오페라 가수이다.
말러 탄생 160주년을 맞이한 올해 박영민 상임지휘자와 부천필은 이번 공연을 포함한 두 번의 정기연주회를 통해 2015년부터 시작한 ‘박영민의 말러’ 시리즈를 마치게 된다.
마지막은 오는 11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천인교향곡’으로도 불리는 말러의 교향곡 8번으로 장식할 예정이다.
말러 교향곡 전곡을 선보이며 ‘말러리안’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부천필은 두 번의 말러 사이클 완주로 국내 교향악단 연보에 새 역사를 쓰게 됐다.
부천필은 ‘자수성가’형 교향악단이다. 2000년대 클래식 음악계에 말러 붐을 일으켜 지역 악단에서 국내 손꼽히는 오케스트라가 되었고, 안정기를 거쳐 그 실력을 검증받아 베를린필하모니(Berlin Philharmonie)에 서기까지 만만치 않은 저력이 필요했다. ‘업적’을 달성하는 저변에는 이러한 꾸준함과 음악에 대한 헌신이 뒷받침되었다.
박영민 상임지휘자는 부천필 취임과 동시에 ‘박영민의 말러’ 시리즈를 시작해 더욱 감회가 남다를 터, 그러나 이른 자축보다는 완성도 있는 연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음악에는 ‘요행’이 없다”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알아가야 할 필요가 있고, 정해진 해석에 고착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음악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음악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관객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부천시립예술단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상대책으로 공연 운영시 체온계와 열화상 카메라, 손소독제를 상비하고 공연장 입장시 마스크 필참, 방명록 쓰기를 권장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5월 3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62회 정기연주회 ‘박영민의 말러, 대지의 노래’는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으로 8세 이상 입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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