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소방서 119구급대 소방사 김 설.
2018년 겨울 “지하철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라는 출동 지령서를 받아들고 출동하는 신규구급대원인 나는 구급차에 타는 순간부터 현장에서 무슨 처치를 해야 하고 어떤 구급장비를 챙겨가야 하며 추운 겨울날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있진 않을까? 하는 온갖 생각을 하며 현장에 도착했던 때가 있었다.
“아가씨”라는 짧은 말과 함께 순식간에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런 출동 건으로 현장을 맞이할 때면 나는 두가지의 감정을 항상 느낀다. 첫째로 다행이다. 환자의 건강상태가 멀쩡히 숨을 쉬고 있으니 정말 다행인게 나의 첫 번째 감정이었다. 그 감정을 스치듯 지나가면 곧바로 ‘화’라는 감정을 느낀다.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술을 마시고 욕설과 성적 희롱을 거침없이 하는 주취자들과의 대면은 구급대원으로 입사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나를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 계기였다.
이렇게 단순주취자를 위해 출동하는 건수는 인천시 매년 약 3000여건에 달하고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과 ‘소방법’에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간 전국 구급대원 폭행건수는 564건으로 소방청 집계에서 확인되었다.
나의 직업적 회의감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신질환자들 처치 중 폭언, 폭행을 당하거나 응급상황을 가장한 단순 입원예약 같은 것을 목적으로 구급차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하는 사람들과 같이 위급상황이 아니라 다행일 수도 있지만 무척이나 힘빠지는 일들이 많다.
구급대원은 폭염과 혹한의 날씨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누구보다 신속하게 출동하고 또한 응급환자 처치의 전문성을 겸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폭언, 폭행, 희롱 등의 폭력행위가 아닌 구급대원을 신뢰하고 화합할 때 비로소 원활한 응급의료 체계가 작동할 것이며 친절, 봉사를 바탕에 둔 구급대원의 사명감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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