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독자기고

산경일보 비효율의 대명사, 코레일

산경일보 2018. 9. 3. 10:44


▲홍창의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코레일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전 세계가 철도 부활시대를 알리면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데, 유독 대한민국의 코레일만 복지부동이다.

 21세기 철도의 방향은 기술발전과 경영발전으로 나아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프랑스 국철은 이미 1980년대에 고속전철을 표방하면서 떼제베를 들고 나왔다. 

사람들은 떼제베라는 새로운 기술의 산물에만 몰입되어 있지, 실제로 왜 떼제베가 고속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가장 큰 성공요인은 중간정착역의 폐지에 있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떼제베는 중간 정차역들을 과감히 전부 없애고 시작역인 파리와 종착역인 리용만의 운행을 단행했다. 그 결과 떼제베는 운행시간의 획기적인 단축을 이루어냈고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프랑스 국철을 살려낸 구세주가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코레일은 어떠한가? 


비교적 최근에 개통된 강릉 KTX를 보라. 서울역, 청량리역, 상봉역, 양평역, 만종역, 횡성역, 둔내역, 평창역, 진부역 그리고 강릉역에 도착한다. 당초 58분 만에 서울과 강릉을 연결시키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무려 1시간 40분이나 걸린다.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이다.

 

더 더욱 이상한 건 시작역이 청량리역이라는 데 있다. 출발은 서울역에서 하는 데, 서울역에서 승객을 태우지 않은 채, 청량리까지 빈차로 온다는 게 어느 나라 법인가?


 평일(18회)을 기준으로 할 때, 강릉에서 출발하는 상행선의 경우는 모두 서울역을 종착역으로 하고 있으나, 강릉행 하행선 열차는 서울역(10회)과 청량리역(8회)으로 출발역이 나뉜다. 특히 금·토·일요일 추가 운행열차는 8편이 모두 시·종착역을 청량리역으로 하고 있다.

 

열차별로 시·종착역이 달라 발생하는 고객의 혼동과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KTX 강릉선 활성화를 위해 하행선 출발역을 서울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현재 차고지의 여건 때문에 반드시 서울역을 지나와야 한다면, 서울역과 청량리역 등 2곳으로 나뉘어 있는 강릉선 출발역을 서울역으로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건 경영기법도 아니고 상식이다. 상식이 통하는 코레일이 되어야 한다.

옛날에 ‘코리언 타임’이라는 슬픈 용어가 있었다. 


시간에 늦는 것이 마치 우리 한민족의 문화인양, 자조적으로 쓰던 표현이다. 한국철도공사가 ‘코리언 타임’의 악습을 그대로 이어 받는 것도 부족해서 ‘코레일 타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코레일의 느린 행보가 지금처럼 계속되는 한, 고객의 마음은 점점 철도를 떠날지도 모른다.


올림픽 기간 당시 하루 평균 2만6,000명이 강릉선을 이용했는데, 폐막 이후 9,154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특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수요가 너무 급감했다. 수요 급감의 장본인은 코레일의 비효율이다.

 

강릉 KTX은 주말과 일부 시간대를 제외 하곤 좌석 점유율이 매우 저조하다. 초조해진 코레일은 4인에 5만원짜리 티켓을 만들어 덤핑판매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월정기권 이용자들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강릉 KTX 정기승차권자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강릉 KTX 열차의 경우 8호 객차가 자유석 전용이지만 극히 일부 시간대만 운영돼 만석이 되면 서서 가야 한다. 


특히 ‘넷이서 5만원’이라는 할인 상품 때문에 빈자리는 거의 없다. 1인당 편도 가격 1만2,500원을 지불한 ‘넷이서 5만원’ 승객들을 위해 월정기권 승객은 한 달에 50만~60만원을 지불하고도 자리를 내주고 1시간40분간 서서 가야 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코레일이 내놓은 정기권 개선을 보면 더더욱 가관이다. 소비자의 의견을 완전 무시한 행태다. 정기권 이용객의 불만은 대학생들의 주중 수업일수를 고려하여 주 5일치를 다 내지 않고 주 3일이나 주 4일치만 선택하여 탈 수 있는 월정기권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는데, 난데없이 11일권 등과 주말이용 확대를 개선안으로 확정한 자체가 불통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열차의 강릉 도착시간도 엉터리다. 출근 시간대에 오전 8시3분과 오전 9시6분이 있을 뿐이다. 강릉은 지역이 넓지 않아 15분 정도면 시내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 8시30분에서 45분 사이에 도착시간을 맞추는 것이 정상인데, 관광열차용 시간표를 적용시킨 것이다. 30년을 기다려 온 경강선 열차인데 이런 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건 옳지 못하다. 


일개 시외버스 회사만큼도 배차시간표를 연구하지 않는 코레일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지금 강릉에서는 차라리 무궁화호 열차나 ITX 열차를 투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량리~강릉 간 소요시간이 1시간40분이라면 운행 속도가 고작 시속 120㎞ 정도라는 얘기인데 무궁화호 열차 수준이다.


 무궁화호 열차 빠르기인데 KTX 요금으로 지불하라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지금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원주역에 도착하면 1시간 남짓 걸린다. 그 열차를 새로 건설한 원강선 철로로 계속 달리게 해 강릉역까지 오게 해도 아마 1시간50분 정도면 도달할 것이다. 


그 경우 무궁화 요금은 1만2,000원 정도가 될 것이다. 겨우 10분을 단축시키면서 열차 등급만 올려 1만4,000원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 강릉 KTX 열차 요금은 1만2,000원이 적절하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생기고 서울~양양 고속도로도 개통돼 서울~강릉 간 시외버스는 2시간20분이면 주파한다. 그럼에도 버스 요금은 불과 1만3,700원 수준이다. 버스보다 열차의 40분 시간 단축에 해당하는 비용이 열차가 시외버스의 2배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국민은 코레일과 SR과 같은 2개의 회사로 철도 운영사가 이원화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원화로 인해 차량운영의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엄청난 중복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강릉 KTX는 코레일에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고속차량 운영사가 이처럼 둘로 나뉘면서 인건비 중복, 별도의 광고비 등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 고스란히 승객들의 과다한 요금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생긴다. 국민편익 증진과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코레일과 SR의 통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향후 철도산업은 구조개혁을 단행하여야 한다. 직원을 해고시키는 비극적 구조조정이 아닌, 코레일의 혁신적 경영마인드를 통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적으로 KTX 운영에 집중하되, 동일 노선에 다양한 등급의 열차를 최적화하여 투입해야 한다. KTX는 출발역과 종착역에만 주로 정차하도록 해야 한다.


 즉, 일부 시간대에 중간 정차역 수를 축소해 고속운행으로 정상화하고 지역주민의 불만은 ITX나 무궁화호 열차와 같은 하위등급의 열차운행으로 보완한다.


그리고 KTX 가격 인하는 좌석점유율을 제고하는 방향에서 도모하되, 공공성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즉, 노인 등의 공공할인을 정기권을 포함한 다른 할인과 중복할인이 가능하게 하여 연령별 인구변화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프랑스처럼 KTX 예약 좌석권을 만들어 유효기간이 긴 기본 열차승차권과 별도로 운영하면 좌석점유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열차의 승객 중 관광객은 일시적으로 수요를 증가시킬 수는 있으나 지속력은 떨어진다.


 교통의 기본은 생활교통 수요에 충실해야 한다. 특정구간을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게 철도경영의 성공요인이다.


 열차의 배차시간을 도착지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여 책정하여야 한다. 월정기권 운영을 지역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과 탄력적으로 협의하여 단체승객수를 증대시키고 동일노선구간에도 시간대별로 차등요금을 적용한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