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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일보]침대와 119

산경일보 2018. 12. 4. 17:27


 ▲ 양광호 성남소방서 수진119안전센터장.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어느 침대 제조사의 광고문구로 1990년대 초반에 발표돼서 반응이 매우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초등학생이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에서 침대를 골랐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광고의 효과는 분명 있었다고 본다.


이 문구는 초등학생에게 혼동을 가져오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우리 소방대원에게도 영향을 끼친 바 있다. 


그 말이 유행하던 시절에 성남시를 수도권 일원에는 가구 제조와 관련된 공장이 밀집돼서 있었다. 부족한 소방력에 비해서 소규모 제조공장에서의 화재는 거의 매일 발생했는데 특히 가구공장에서의 화재가 빈번했다. 


가구 공장은 원자재와 반자재 등을 대량으로 다루며 관련 제품의 출납으로 공장의 주변에는 화재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화재진압을 위해서 밤을 새우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그리해서 소방관서에서는 화재예방 대책을 고민하면서 가구 공장에 대한 특별소방검사가 가장 흔한 조치였다. 

계획이 시달되면 당시 관할 지역에 대한 가구공장 현황을 조사하는 일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어찌 됐든 소방검사는 현황조사와 병행해서 실시됐는데 의자, 책상, 장롱, 침대, 식탁 등의 다양한 품목별로 분류하는 일도 병행됐다.

더구나 당시에는 24시간을 꼬박 근무한 비번자가 동원돼서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내가 맡았던 지역은 침대와 관련된 공장이 많았는데 침대는 재질과 용도에 따라 형태와 가격이 다양하고 여러 가지 구성품을 짜 맞추는 공정으로 이루어진다.


매트리스와 커버, 후레임 등을 한 장소에서 제조하기 어려워서 각각의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까지 매우 다양하기에 침대와 관련된 공장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에 등장한 기막힌 말이 바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그 말을 위안 삼아서 가구공장 중에서 침대와 관련된 시설을 일부분 누락시키고 소방검사를 마무리 지었던 씁쓸한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1년 중 화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겨울이 되면 전국적인 불조심 예방활동을 통해서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줄여보고자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한다. 


멋진 최첨단 소방차가 출동해서 화려하고 근사한 광경을 연출하며 화재진압을 하는 것이 소방의 존재의 의미일까?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없애고 시민 스스로 화재예방 요원이 돼서 모든 원인을 사전에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답게 이제는 안전문화에 있어서도 경제 수준에 맞는 안전 의식을 갖추고 스스로 조심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화재와 재난은 예방이 최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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